"레버리지 활용, 수익 안정성 높인다"
[thebell interview] 이상범 리코자산운용 대표이사
리코자산운용의 대표적인 헤지펀드는 '달팽이' 시리즈다. 달팽이가 기어서 한계단씩 오르는 것처럼 차근차근 수익률을 쌓아간다는 의미다. 이같은 철학은 운용전략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이일드채권에서 발생하는 확정수익을 토대로 공모주에 투자해 수익률을 꾸준히 높여나간다. '안정성'에 중점을 둔 운용전략은 은행 고객들의 투심을 사로잡은 비결로 꼽힌다.
리코자산운용은 2018년 상반기 헤지펀드 리그테이블에서 픽스드인컴 전략에서 수익률 1위에 올랐다. '리코달팽이하이일드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4호'가 연초 후 수익률 5.62%를 냈다. 이는 픽스드인컴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 평균수익률인 2.24%에 비해 3.38%포인트 상회하는 수치다. '리코멀티레드하이일드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도 수익률 4.17%로 2위에 올랐다.
◇신한PWM프리빌리지와 인연, 은행 고객 비중 '70%'
이상범 리코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쌓아간다는데 공감한 은행 고객들이 리코자산운용의 주요 투자자"라며 "하이일드 채권으로 확정수익을 깔고, 공모주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연 수익률 6~7%를 낼 수 있는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리코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중 대부분은 하이일드펀드다. 전체 30개 펀드 중에서 하이일드 펀드가 13개에 달한다. 은행 고객들이 리코자산운용의 헤지펀드를 선호하는 것도 주식에 비해 변동성이 덜한 채권 투자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전체 펀드 중에서 현재 기준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는 1개 뿐이다. 이 펀드는 주로 메자닌에 투자한다. A증권사에서 발행을 주관하는 메자닌에 한정적으로 투자하는 조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에 멈춰있다.
리코자산운용은 지난 2016년 자산운용사로 전환했다. 이에 앞서 2011년 투자자문업을 등록했던 리코투자자문이 전신이다. 자문사 시절부터 업계에서 하이일드채권 투자에 전문성을 인정 받아왔다. 신한PWM프리빌리지센터와 인연이 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프리빌리지센터는 금융자산 50억원 이상의 VVIP를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신한금융의 복합점포다.
이 대표는 "자문사 시절 쌍용양회 채권 투자를 계기로 신한 PWM 프리빌리지 측과 처음으로 협업을 시작했다"며 "당시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채권을 담는 하이일드펀드가 많았는데, 우리는 쌍용양회 채권을 담는 게 낫다고 자문했다. 이후 신한 PWM 프리빌리지에서 판매한 하이일드펀드가 다른 펀드에 비해 5%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익률을 냈다"고 설명했다.
리코투자자문과 신한 PWM 프리빌리지의 공생관계는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양사는 협업을 점차 확대하면서 신한 PWM 프리빌리지 맞춤형 단독 상품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리코자산운용의 고객 중 70% 가량이 신한은행 고객들로 구성된 배경이기도 하다.
◇레버리지 활용, 하이일드채권 수익률 '극대화'
이 대표는 브릿지증권, 키움증권, 교보증권 등을 거치면서 오랜기간 동안 채권 중개 업무를 경험했다. 또 바로투자증권에서는 공모주 투자 총괄을 맡은 적도 있다. 그동안 하이일드펀드에 편입하는 채권과 공모주 투자에 적잖은 노하우를 쌓아온 셈이다. 지난해 해운업에 대한 불신이 커진 가운데 SK해운 회사채를 편입한 것도 자체적인 크레딧분석에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영향으로 해운업에 대한 불신이 커진 가운데 SK해운보다는 두산중공업이 낫지 않느냐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았다"며 "업황이 악화되면 기업이 어려워지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업황보다는 그룹 지원 가능성을 비교해 SK해운을 선택했던 것"이라고 답변했다.
회사채 발행사가 속한 업황도 중요하지만 그룹 계열사의 지원여력도 크레딧 분석에 중요하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들의 분석방식에서도 그룹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은 신용등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평가요소다.
리코자산운용의 또다른 강점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확정 수익률을 높인다는 점이다. '리코달팽이하이일드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4호'는 편입한 SK해운 회사채를 담보로 프라임브로커(PBS)로부터 레버리지를 일으켰다. 이 자금을 또다시 JW중외제약이 보증하는 JW산업 채권에 투자해 채권투자로만 4%대의 수익률을 낸다.
이 대표는 "일반적으로 방식으로 투자할 경우 선취판매수수료와 운용보수 등을 제하면 실제 고객에게 떨어지는 수익률은 2% 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레버리지나 스왑을 활용해 거둔 수익으로 수수료와 보수 등을 상쇄시키면 고객들에게 4% 가량의 확정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펀드 유휴자금 최소화…공모주 데이터 분석 '강점'
하이일드채권 투자 전략은 공모주 투자에서도 선순환 작용을 한다. 레버리지 등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4% 대의 수익률을 확보하면서 공모주에 무리한 투자를 시도하지 않는다. 공모주 투자로 대박을 기대하기 보다는 추가로 수익률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래서 공모주 투자에 대비한 유휴자금도 거의 두지 않는다.
이 대표는 "하이일드펀드로 공모주에 투자할 때 유휴자금을 최소화하면 수익률을 점차 쌓아갈 수 있다"며 "공모주 투자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릴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확정 수익을 바탕으로 꾸준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모주 투자는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다. 리코자산운용은 2014년부터 공모주에 대한 정보를 모두 데이터화했다. 공모가 밴드, 시초가, 현재가, 청약경쟁률, 주가 흐름 등을 정리한 데이터는 공모주 시장의 흐름과 매매를 결정하는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한다. 또 내부 리서치 전담 인력을 통해 비상장종목에 대한 풀리포트를 만드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는 "리서치 인력이 분석한 비상장주식 리포트는 점차 운용사의 자산으로 쌓여가고 있다"며 "당장 리포트를 활용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업데이트 하다보면 투자 결정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 또 비상장 주식에 대한 분석을 내부에서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자체적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범 리코자산운용 대표이사 이력>
△2012~현재 리코자산운용(구, 리코투자자문) 투자전략/주식운용 총괄
△2009~2012 바로투자자문 주식운용/바로투자증권 공모주 투자 총괄
△2005~2006 키움증권/교보증권 채권 중개
△2001~2005 브릿지증권 기업금융/채권중개
△1998~2001 한국OTC 기업금융/비상장주식 투자
△1996~1998 신한종합금융 기업금융부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