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면서 재벌 기업들의 비상장사 기업공개(IPO) 욕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내년엔 공모 금액이 조 단위인 대어급 기업들이 대기 중이어서 최소 6조원, 최대 10조원의 큰 장(場)이 설 겁니다."
공모주 특화 운용사로 꼽히는 리코자산운용의 이상범 대표는 "대주주 일가의 지분이 높은 비상장사의 경우엔 IPO를 활용하면 지분을 낮출 수 있다"면서 "상장사가 늘어나면 일반인에게 투자 기회가 생기고 전반적인 부의 재분배 효과도 있어 정부도 환영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상범 대표는 삼성·현대·SK 등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상장사보다 비상장 계열사의 숫자가 훨씬 많다는 점을 꼽았다. 롯데그룹의 경우 상장사는 11곳이지만 비상장사는 80곳에 달한다.
1994년 신한종금을 시작으로 증권가에 몸담아온 이 대표는 지난 2009년 바로투자증권 공모주 투자 총괄을 거쳐 2012년부터 리코운용을 이끌고 있다. 투자금의 80~90%는 채권에 투자해서 확정 수익을 챙기고, 나머지 자금을 공모주에 투자해 플러스 알파 수익을 노린다. 리코운용 상품명에는 '달팽이'란 명칭이 들어가는데, 달팽이가 기어서 한 계단씩 오르는 것처럼 차근차근 수익률을 쌓아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이 대표는 소개했다. 연 5~6% 선에서 안정적인 운용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보수적인 시중은행 큰손 고객들이 최근 두 달간 260억원의 자금을 맡겼다.
이 대표는 지금처럼 투자자들의 시선이 싸늘해질 때 오히려 공모주의 바겐 세일이 진행돼 투자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국내 공모주 시장 규모는 2조원에도 못 미치면서 2013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카카오게임즈나 SK루브리컨츠 등 13개 기업이 상장 심사나 공모 일정을 철회하는 등 상장 계획을 번복했다. 대어급 회사들이 시장 입성을 포기하면서 올해 공모 금액이 3000억원을 넘은 새내기 상장사는 한 곳도 없었다.
"공모주는 경쟁률에 따라 주식을 나눠 배정받죠. 시장 전망이 나쁘다면서 돈이 빠져나가 경쟁자들이 줄어들 때 오히려 먹을 게 많아집니다. 기업들도 공모가를 비싸지 않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에게 유리합니다."
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의 변수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내년에 공모주가 대안 투자처로 각광받을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낮은 공모 가격→낮은 경쟁률→높은 배정 물량→높은 수익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내년에 어떤 새내기 회사들을 눈여겨봐야 할까. 이 대표는 다음 달 7일 '2019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 연사로 참여해 내년에 놓치면 후회할 유망 공모주 5개를 공개할 예정이다.